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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상식, 질병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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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수염(맹장염)

충수염은 응급수술이 필요한 외과 질환 중 비교적 흔하고, 염증이 심하지 않은 초기에는 수술로 간단히 완치되기 때문에 별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곤 한다. 그러나 과거 백인제 박사님이 저동에 백병원을 세우고 나서야 곧 죽을 사람이 수술을 받고 걸어 나왔다고 소문이 났을 정도로 수술을 받지 않으면 사람이 죽을 수 있는 질환이다. 오죽하면 아직도 병원에 입원해 계신 연세 있으신 환자분들이나 택시기사님들이 백병원은 ‘맹장수술 잘하는 병원’이라고 얘기 하실까?
하지만 아직도 이 질환으로 안타깝게 사망에까지 이르는 환자분들이 간간히 있고, 진단이 늦어질수록 염증 진행 정도에 비례하여 오랜기간 병원 신세를 져야 하게 되므로, 모든 병이 그러하지만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병원을 방문하여 병을 키우지 않는 것이 중요하겠다.

우선, 일반적으로 ‘맹장염’이라고 불리는 이 질환의 병명과 주변 구조물에 대해 살펴보자. 소장이 ‘십이지장’, ‘공장’, ‘회장’처럼 부위별로 이름을 가지고 있듯이 대장도 부위별로 나누어 여러가지 이름이 붙는데 ‘맹장’은 말단 소장인 회장이 대장과 만나는, 대장이 처음 시작되는 부분으로 주머니 모양으로 다소 부풀어진 모양을 가진다. ‘충수돌기’는 이 ‘맹장’의 끝부분에 돼지꼬리처럼 붙어 있고 대체로 5mm 이하의 굵기에 길이는 평균 9cm 정도가 된다. 주변에서 맹장수술을 받았다는 얘기는 이 충수돌기에 염증이 생겨 ‘충수돌기염’ 내지는 줄여서 ‘충수염’으로 ‘충수돌기절제술’을 받았다는 이야기이며, 대장의 일부인 ‘맹장’을 손보지는 않는다.

그럼 어떤 증상들이 나타나면 ‘충수염’을 의심해야 하고 진단이 늦어지지 않을 수 있을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천의 얼굴’을 가지고 있어 여러 외과 질환 중 가장 진단내리기 까다롭고 어려운 질환이라고 할 수 있다. 70~80%에

 가까운 대부분의 환자들은 전형적인 증상을 가지며 진단과 수술이 어렵지 않고 합병증도 거의 없는 편이지만, 나머지 환자들의 경우는 진단이 모호해서 염증이 초기 단계를 넘어가게 되고 심하면 터져(천공성 충수염) 복강에 고름이 고이면서 복막염을 동반하게 된다. 면역력이 약한 소아나 당뇨병 혹은 심장질환 등 전신질환을 가진 환자분들의 경우 이후 패혈증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아지며 안타까운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도 왕왕 있다.

전형적인 증상으로는 배꼽 주변으로 애매모호한 통증이 시작되었다가 속이 메스껍고 울렁거리며 입맛이 없고 구토를 동반한다. 흡사 체한 것과 같은 증상이다. 이후 오른쪽 아랫배에 국한되어 복부통증이 나타난다. 이러한 증상들은 반나절에서 하루에 걸쳐 서서히 나타나는데 염증 초기에는 발열이 나타나는 경우는 드물다.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를 되짚어 알아보면, 초기에 체했다고 그냥 믿어버린 경우가 간혹 있고, 충수돌기가 골반 깊숙이 있으면서 끝부분에서 염증이 시작된 경우나 거꾸로 복강 윗부분인 간으로 올라가 있거나 회장 밑으로 숨어 위치하여 신체진찰에서 염증 정도에 비해 특별하게 압통이 심하지 않았던 경우가 많다. 체한 증상은 위나 담도계의 문제로도 발생할 수 있으며 ‘충수염’이 아니라면 시간이 경과하면서 증상이 좋아지거나 조금 늦게라도 약물 치료가 가능하지만 ‘충수염’은 시간이 경과 할수록 염증이 진행하고 이에 따라 합병증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오른쪽 아랫배 통증이 뒤따르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와야 한다. 물론 이러한 증상들은 굉장히 다양하게 나타나서 처음부터 초기 증상없이 오른쪽 아랫배가 처음부터 아파지기도 하고, 식욕도 좋아 식사까지 하고 병원에 오셔서 금식시간이 짧아 수술시작 시간이 늦추어지는 경우도 많다. 어쩌겠는가? 그 또한 ‘천의 얼굴’중의 한면인 것을.

복부초음파는 방사선 노출이 없는 장점은 있지만 검사자의 숙련도나 환자의 몸 상태(복부 비만이 있어 복강까지의 깊이가 깊거나 충수돌기위로 장이 놓여 있으면 장내 가스 때문에 정확히 안 보이는 경우가 있다. 이때는 추가로 CT를 다시 찍게 된다.)에 따라 진단 정확도의 편차가 큰 편이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영상 진단의 첫 선택으로 CT를 시행하는 경우가 많다. 방사선을 쏘이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충수염’ 진단율이 98%에 달하며 복강 내 다른 부위의 병변을 감별하는데도 탁월한 장점으로 인해 치료 계획을 세우는데 큰 도움을 받고 있다. ‘충수염’을 의심했으나 대장 게실염이나 요로 결석, 여성의 경우 출혈성 난포나 골반염 등의 질환으로 밝혀져 불필요한 수술없이 약물치료로 충분했던 경우도 많아졌다.

최근에는 복강경 수술이 전통적인 개복술을 대신하여 표준 수술법으로 자리 잡았다. 염증이 심하지 않은 경우에는 충수돌기절제술만으로 충분하며 수술 후 만 24시간이 지나면 퇴원이 가능하다. 복막염이 동반되었을 경우에는 복강을 생리 식염수로 깨끗이 씻어주고 혹시나 남아 있을 염증이 고이지 않고 배출될 수 있도록 배액관을 넣어주기도 한다. 간혹 염증이 많이 심하여 개복술로 전환되기도 하는데, 이 경우 장마비나 상처부위 감염 등의 합병증 발생 가능성이 높으며 입원 기간도 한달 가까이 늘어나게 된다.

정리하자면, ‘충수염’은 예방 가능한 질환은 아니지만 합병증으로 고생하지 않으려면 빠른 진단이 필요하다. 처음에 체한 증상이 있었다면 하루 정도 오른쪽 아랫배가 아파오지 않는지 꼭 확인해보아야 하며, 진통제는 병이 진행해도 증상이 나타나지 않게 하므로 복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의료진이 진단을 위해 CT를 찍자고 한다면 걱정스럽게 너무 고민하지 않으셔도 되겠다. 똑똑한 ‘충수염’ 환자와 보호자가 많아져서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게 어리버리한 외과 1년차를 명의로 만들어 주는 큰 역할을 해주시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