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태롭던 생명의 씨앗, 희망으로 자라났다
- 2025-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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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백병원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 개소 1주년
건강하게 자란 고위험 신생아 부모님들 모여 축하 잔치
25일 부산 해운대백병원 대강당은 모처럼 꼬마 손님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자칫 엄마 품에 안기지 못할 뻔한 위험한 순간들을 이겨내고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병원 전체를 가득 채운다. 아기를 살리기 위한 엄마, 아빠의 기도와 365일 밤낮을 가리지 않은 의료진의 헌신이 빚어낸 기적의 열매들이다.
개소 1주년을 맞이한 해운대백병원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는(센터장 조현진 교수) 그렇게 기적의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해운대백병원에서 탄생한 기적의 기록들
해운대백병원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는 분만실과 신생아중환자실을 통합한 새로운 치료 공간으로, 지난해 3월 문을 열었다.
조기 진통, 임신성 고혈압 질환, 산후출혈 등 고위험 산모뿐만 아니라 이른둥이와 선천성 질환을 갖고 태어난 신생아들이 체계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는 권역 최고 전문시설로 자리 잡았다. 첨단 시설과 함께 산부인과 8명, 소아청소년과 7명 등 총 15명의 최고 수준의 전문의들이 상시 협진 체계를 갖추고 있다.
해운대백병원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 조현진(산부인과 교수) 센터장은 “태아부터 산모까지 원스톱으로 지역 완결형 치료가 가능하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경남 거제시, 경기도 평택시에서도 산모들이 찾아오는 등 동남권 대표 통합치료센터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센터는 산모·태아치료센터와 신생아집중치료지역센터를 두 축으로, 임신 상태부터 출산 이후까지 태아와 산모의 건강을 통합 치료한다. 산모·태아 치료 센터는 조기 진통, 임신성 고혈압 질환, 산후출혈 등 고위험 질환에 노출된 산모들의 진료를 담당하고, 신생아집중치료지역센터는 이른둥이, 선천성 질환을 갖고 태어난 신생아들의 치료를 담당한다.
▲증가하는 고위험 산모·신생아…공적 지원 확대 절실
최근 35세 이상 산모 증가와 난임 시술 일반화로 다태아 임신과 고위험 신생아 출산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35세 이상 산모 비율은 2023년 36.3%로 10년 전(18%)의 2배 가까이 증가했다. 37주 미만 이른둥이 비율은 2023년 9.9%로, 10년 전(6%)의 1.5배 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2.5㎏ 미만 저체중아도 1.4배 늘었다. 다태아 임신도 크게 늘었다. 국내 출생아 가운데 다태아 비중은 최근 5년간(2019~2023년) 평균 5%대로 증가했다. 1990년대는 1%에 그쳤지만, 30년 사이 5배나 뛰었다.
유산율과 관련한 충격적인 자료도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10년간 누적 유산 건수가 107만 6천071건에 달한다. 같은 기간 동안 누적 출생아 수가 348만 5천907건인 것을 고려하면 출생아 3명 중 1명이 유산되는 것이다. 특히 부산은 2013년 유산율이 27.50%에서 2022년 34.1%로 급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과와 소아청소년과 기피 현상으로 전문 인력은 감소 추세이며, 고위험 산모·신생아 치료 인프라는 고비용·저수익 구조로 민간 투자가 어려운 실정이다.
조현진 센터장은 “고위험 임산부는 늘어나는데, 저출생 대응을 위한 분만 인프라 유지에 한계가 많다”면서 “인력과 시설 부족으로 응급 수술이 어렵거나 불가피하게 전원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와 지역 공동체의 관심과 폭넓은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특히, 산모·태아치료센터는 다태아 임신에서 흔히 나타나는 쌍태아수혈증후군을 임신 중 조기 진단해 수술로 치료한다. 고난도 숙련이 필요로 하는 수술이어서 서울 외 지방에서는 유일하게 해당 수술이 가능한 의료진과 시설을 갖춘 병원이다.
신생아집중치료센터에서는 출생 후 위중한 경과를 보이는 1kg 미만의 초극소 저체중 출생아들의 응급 및 수술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최고 수준의 전문 인력이 24시간 대기하고 있다. 서울을 제외한 지역에서 25주 미만 초극소 미숙아들을 제한 없이 수용할 수 있는 병원이 거의 없는 실정이지만 해운대백병원 신생아집중치료센터는 지역 내에서 독보적인 진료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신생아집중치료지역센터 정미림 센터장(소아청소년과 교수)은 "해운대백병원은 부산에서 유일하게 24시간 소아응급센터를 운영 중이며, 특히 신생아집중치료지역센터는 365일 24시간 전문의 진료체제를 확립하고 최고 수준의 진료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333만 원 기부 마중물…정·관·지역공동체 맞손
이번 해운대백병원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 개소 1주년 행사에는 단연 눈길을 끄는 장면이 있었다. 지난해 10월, 센터에서 응급 제왕절개술을 통해 정하, 지호, 은하 세쌍둥이를 얻은 전학준·정지은 부부가 333만 원을 센터에 기부한 일이다.
전 씨 부부는 "조기 진통으로 산모가 한 달 넘게 입원해 있을 때도, 산모 상태가 악화돼 응급 수술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의료진들이 헌신적으로 도와주셨고, 저체중 상태로 불안정했던 아이들을 100일 가까이 사랑으로 보살펴 주셔서 건강하게 퇴원하게 됐다"면서 "위태롭던 생명의 씨앗을 희망으로 키워주신 센터를 통해 더 많은 생명이 도움을 받을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작은 정성을 보탰다"고 말했다.
선한 의지는 전염되게 마련이다. 이날 센터 개소 1주년 행사에는 박형준 부산시장, 김미애 국민의힘 보건복지위원회 간사, 김성수 해운대구청장을 비롯해 부산상공회의소 정현민 부회장, BNK 박문철 상무, 고려제강 이주철 부사장 등 정관계 및 상공계 인사가 대거 참여했다. 정부와 국회 지역의 의지를 모아 더 많은 어린 생명들을 더 많이 살려 내기 위해서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이번 행사를 통해 센터가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역 사회가 뜻을 모아 임신 출산하기 좋은 도시 부산을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다. 김미애 의원은 "고위험 산모·신생아통합치료센터는 생명을 살리는 필수 의료 인프라이기 때문에 정책 우선순위에 두고 지원을 확대해야 하겠다"고 강조했다.
해운대백병원 김성수 원장은 "해운대백병원은 앞으로도 부산시와 지역 사회와 손잡고,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가 안전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가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