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의 입장에서 환자를 생각하는 마음 따뜻한 의사. 소화기내과 박성재 교수
- 2024-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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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에 대해서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되셨나요?
소화기내과 중에서도 간을 전공하게 된 것은 일단 학문적으로도 관심이 많았고, 간질환 자체가 단순한 하나의 질병이 아닌 전신과 연관된 경우가 많아 좀 더 흥미로웠습니다. 간은 우리 인체에서 가장 큰 장기이기도 하고, 심장이나폐, 콩팥은 대체할 수 있는 기계들이 있지만, 현재까지 간은 대체할 수 있는 기계가 없습니다. 그만큼 간이 하는 일들은 많고 오묘한 기능을 하고 있는 장기입니다. 간의 기능에 대해 공부하고, 간 기능에 이상이 있는 환자들을 진료하는 것에 나름대로 매력을 느껴서 현재까지 간질환을 계속 공부하고 치료에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진료하는 분야는?
주로 간경변과 간세포암종 환자를 진료합니다. 간경변이라면 B형 간염, C형 간염, 바이러스에 의한 것과 술,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의 진행에 의해 생길 수 있습니다. 간경변에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는데, 그 중에 식도정맥류 출혈이라든지, 복수, 간성혼수 같은 합병증이 있는 간경변 환자들을 주로 진료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질병을 가진 환자들중 매년 어느 정도 일정 부분에서 간세포암종이 발생하게 되는데, 주의깊게 잘 관찰해서 그 환자들에게서 발생하는간세포암종을 조기에 발견하고 빠르게 치료해 좀 더 나은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연구하며 노력하고 있습니다.
많은 환자들을 진료하셨지만, 그중에서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으신가요?
저는 개인적으로 치료가 잘 되어서 퇴원하신 환자들보다 힘들게 외래 통원치료를 하시다돌아가신 분들이 많이 기억에 남습니다. 강원도 태백에서 간세포암종으로 저에게 진료받으러 오셨는데,간세포암종의 크기가 커서 수술하지 못하고 간동맥색전술을 하면서 추적 관찰을 해오던 환자입니다.그분은 진료받고 가시면서 저에게 “이야기를 잘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늘 해주셨습니다.이후 간 기능이 지속적으로 나빠져서 입원하였고, 제가 학회 참석 후 일요일에 회진을 돌고 있을 때마지막 힘을 내서 제 손을 잡으면서 “교수님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교수님 덕분에 6~7년이라도 잘 살다가잘 정리하고 갑니다.”라고 이야기하셨습니다. 그 말을 듣고 그날 제 방에서 많은 생각을 하였고,지금까지도 그 환자분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간경변증을 예방하기 위해서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간경변증은 비가역적인 변화가 일어나서 간이 딱딱하게 굳어지는 병을 말합니다. 아직 50대 이후 B형 간염 보유율이5~6%에 이르는데, 1993년도 이후에 B형 간염 예방접종이 보편화되었고, 1996년도부터는 전 국민이 B형 간염 예방접종을 하고 있어서 현재 B형 간염은 거의 사라지고 있는 단계입니다. C형 간염의 경우에는 예전에 치료가 안 되는 병이라고 했지만, 요즘은 치료제가 많이 나와 있습니다. B형 간염이나 C형 간염은 혈액과 혈액을 통해서 전염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혈액이 묻을 수 있는 손톱깎이, 면도기 같은 것들은 늘 조심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간경변증의 원인이 되는 B형 간염이나 C형 간염, 술에 의한 것 같으면 금주,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이라면 생활습관교정, 약물 치료 등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들이 아주 많이 있습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 같은 경우 체중을 많이 늘리지 않기 위해 꾸준히 운동하고 식이조절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최근 술에 의해서 간경변증 환자가 많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술을 마실 경우에 만취가 될 정도로의 과음이 아닌 적당히 얘기할 수 있는 정도의 음주를 하는 습관을 길들이는 것이 필요합니다. 간경변증은 시기적으로 아주 오랜 기간을 거쳐야만 발생하는 질병이기 때문에, 그전 단계에서 이러한 원인이 되는 것들을 조기 발견하여 치료하면 간경변증 환자들이 훨씬 적게 생길 것으로 생각합니다.
임상시험센터장을 맡고 계시는데 앞으로 연구하고 싶으신 분야가 있으신가요?
부산백병원은 한강 이남에서 처음으로 임상시험센터를 구축한 기관입니다. 예전부터 임상시험에 많은 관여를 해왔었고, 요즘은 C형 간염은 거의 완치가 되어서 B형 간염에 관계되는 임상시험이 많습니다. 그래서 만성 B형 간염 환자들이 좀 더 치료가 잘 될 수 있는 새로운 치료제가 있다면 먼저 써보고 경험해 보면서 임상시험에 관계된 일들을 열심히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간세포암종 관련해서 많은 치료법들이 나와 있지만,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치료 방법을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해서 많은 고민하고 있습니다.제가 예전에 하다가 잠시 중단되었던 연구인데, 간세포암종에서 방사선 치료를 하고, 그 다음에 면역 치료제를 같이 병행하는 동물실험 등을 이어서 연구하고 더 좋은 치료방법을 찾고 싶습니다.
환자들에게 어떤 의사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바보 같은 의사는 필요 없다.’ 이런 이야기들도 많이 하곤 하는데, 실제로 저는 마음이 따뜻한 의사가 진정한 명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마음이 따뜻한 사람은 환자를 바라볼 때 그 환자의 질병에 대해서 누구보다도 많이 공부할 수밖에 없고, 그 공부를 바탕으로 환자를 진료할 때 환자 입장에서 조금이나마 이해를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마음이 따뜻한 의사라 생각합니다. 제가 예전부터 학생들에게도 늘 마음이 따뜻한 의사가 되라고 계속 이야기를 해오고 있고, 저 또한 마음이 따뜻한 의사가 되기 위해서 매일 노력하고 있습니다.그리고 환자의 정확한 진단과 함께 환자와 보호자의 요구(need)를 잘 파악하기 위해 환자의 이야기를 잘 들으려 노력합니다. 환자를 치료하는 방침이나 계획을 환자에게 적용할 때 환자와 보호자와 상의해서 원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을위주로 해서 최상의 결과를 낼 수 있는 진료를 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매번 환자들을 볼 때마다, 앞으로의 치료에서 환자들을 위해서 내가 좀 더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에 대해서 고민하고, 환자들의 감정에 대해 이해하면서 환자와 보호자의 요구를 치료에 접목시킬 수 있는 의사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환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나 당부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간경변증 환자들 진료를 볼 때마다 주로 ‘어떤 것을 먹어야 건강에 도움이 되나요?’라는 질문을 많이 듣습니다. 주변에서 간이 안 좋다고 하면 간에 좋은 여러가지 음식들이나 건강보조식품을 추천해 주곤 하는데, 이러한 것들을 먹어도 되는지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합니다. 단호하게 말씀드리는데, 새로운 건강 보조제나 식품 같은 것들이 간에 문제를 일으킬수 있는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절대 함부로 복용하지 말아야 합니다. 검증되지 않은 건강 보조제나 식품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간의 건강을 지키는 지름길입니다. 담당 전문의 선생님과 상의해서 본인의 상태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고 간경변증을 잘 관리받는 것이 훨씬 더 나은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